유럽 여행 하면 살인적인 물가부터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영국과 서유럽을 다녀오기 전까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동유럽을 돌아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경 넘어 한 시간만 가면 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브라티슬라바 같은 곳도 있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유럽은 비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역만 잘 선택하면 우리나라 지방 여행하는 것처럼 여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유럽도 지역별 물가 편차가 크다
많은 분들이 유럽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국가와 도시별로 물가 격차(Price Disparity)가 상당합니다. 여기서 물가 격차란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지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저도 런던에서 커피 한 잔에 7~8파운드 내고 나서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비슷한 퀄리티를 2파운드에 마셨을 때 충격을 받았거든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차로 단 한 시간 거리지만 물가는 절반 수준입니다. 국립 교향악단 공연을 4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건 서유럽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구시가지 전체가 중세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 조용히 유럽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도 좋습니다. 제가 동유럽 여행하면서 느낀 건, 관광 인프라는 서유럽 못지않은데 숙박비와 식비가 확연히 저렴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본섬은 호텔 하룻밤에 30~40만원씩 하는데, 메스트레(Mestre) 지역은 그 5분의 1 가격에 숙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메스트레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기차로 10분 거리라 아침 일찍 나가서 관광하고 저녁엔 숙소로 돌아오는 식으로 움직이면 됩니다(출처: 이탈리아 관광청). 프랑스 남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스는 유명 휴양지라 물가가 높지만, 바로 옆 망통(Menton)은 같은 코트다쥐르 해변을 누리면서도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죠.
동유럽의 숨은 보석으로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유럽의 스위스'라 불리는 이곳은 알프스 산맥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풍경은 스위스급인데 물가는 절반 수준입니다. 폴란드 크라쿠프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가 보존해야 할 뛰어난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적을 의미합니다. 여기선 클래식 공연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서 문화 예술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추천할 만합니다.
정리하면 유럽 여행에서 가성비를 찾는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명 관광지 인근 소도시 활용 (베네치아→메스트레, 니스→망통)
- 동유럽 국가 우선 고려 (슬로바키아, 폴란드, 슬로베니아)
- 대중교통 발달 지역 선택해 숙소는 외곽에 잡기
아시아도 국가별 물가 차이를 알고 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시아는 저렴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나라마다 편차가 엄청납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은 서울보다 물가가 높고, 반대로 태국 방콕이나 대만은 확실히 저렴한 편이죠. 저도 처음엔 "아시아니까 다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구매력 평가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구매력 평가지수란 각국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같은 상품을 사는 데 각국에서 얼마나 돈이 드는지를 나타냅니다(출처: 한국은행).
일본은 최근 엔저 현상 덕분에 가성비가 좋아졌습니다. 특히 오사카나 교토 같은 대도시 숙소가 비싸다면 고베를 거점으로 삼는 것도 방법입니다. 고베는 오사카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인데 호텔은 훨씬 쾌적하고 저렴합니다. 와카야마현도 오사카에서 기차로 한 시간이면 닿는데, 고양이 역장으로 유명한 키시 역과 라면 박물관에 입성한 와카야마 라멘의 본고장이라 미식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태국은 방콕만 가는 게 아니라 북부 수코타이까지 가보면 완전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코타이 역사공원(Sukhothai Historical Park)은 도시 전체가 고대 태국 왕조의 유적지로, 앙코르와트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방콕 시내 딸라너이(Talat Noi) 지역은 올드타운 감성과 힙한 카페들이 공존하는 숨은 명소인데,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대만도 타이베이만 가지 말고 자오시 온천 마을까지 가보세요.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한 시간이면 닿는데, 탄산천(Carbonated Spring) 온천을 즐길 수 있습니다. 탄산천이란 천연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온천수로,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에 빵집 순례 코스도 있어서 온천과 먹방을 동시에 즐기려는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튀르키예는 이스탄불만 가지 말고 동부 익스프레스(Eastern Express) 기차 여행도 고려해보세요. 눈 덮인 겨울 풍경을 보면서 기차로 이동하는데, 유럽 물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울루다으는 해발 3,000m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숨은 스키 리조트인데, 유럽 알프스 리조트 가격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꾸따 해변 같은 유명 지역 대신 우붓(Ubud)으로 가면 계단식 논밭 전망의 친환경 풀빌라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발리는 지역에 따라 숙박비 차이가 2~3배까지 나더라고요.
가성비 아시아 여행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 수도권 대신 인근 소도시나 지방 선택
- 엔저·환율 유리한 시기 공략
- 현지인이 가는 맛집과 숨은 명소 중심으로 동선 짜기
이렇게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고 계획을 세우면 예상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유럽은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다녀보니 우리나라 제주도 여행만큼 돈 쓰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더라고요. 물론 항공권은 따로 계산해야 하지만, 현지 체류비만 따지면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여행은 계획하는 과정부터 즐거운 거니까, 지금부터 천천히 가성비 좋은 여행지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