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 시즌에 도쿄를 다녀온 이후로 확실히 느낀 점이 있습니다. 도쿄는 단순히 '일본의 수도'가 아니라, 각 지역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콘셉트를 가진 거대한 테마파크 같은 곳입니다. 2024년 기준 도쿄 23개 구의 총면적은 627.6제곱킬로미터로, 서울보다 약간 넓습니다(출처: 도쿄도청).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주말마다 도쿄행 비행기는 만석인데요. 막상 가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지 않으신가요? 제가 친구들과 4명이서 다녀오면서 직접 경험한 준비 과정과 현지에서 느낀 실전 팁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도쿄는 생각보다 넓다, 테마별 여행 계획이 답이다
도쿄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뭘까요? 바로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유명한 곳 다 가볼 생각으로 일정을 짰다가, 이동 시간만 계산해보니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고 다닐 판이더군요.
도쿄는 각 지역마다 뚜렷한 테마가 있습니다. 긴자와 신주쿠는 쇼핑의 메카로, 명품 브랜드부터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서 '메카(Mecca)'란 특정 분야의 중심지나 성지를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오모테산도는 감각적인 카페와 디저트 맛집이 즐비한 곳이고, 롯폰기와 도쿄타워 주변은 야경 명소로 유명하죠.
저는 친구들과 '쇼핑+카페+야경' 세 가지 테마를 정하고, 각 테마에 맞는 지역을 하루씩 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이동 동선도 효율적으로 짤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각 지역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정을 짤 때는 구글 지도로 지역 간 이동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게 필수입니다. 생각보다 지하철 환승이 복잡하고, 역 내부에서만 10분 넘게 걸을 때도 있거든요.
예약과 웨이팅은 도쿄 여행의 숙명이다
도쿄 맛집 앞에서 최소 30분은 기다렸다는 제 말, 믿으시겠습니까? 저희가 갔던 츠키지 스시집은 오전 10시부터 웨이팅 명단을 작성했는데, 20번째 팀이었습니다. 도쿄는 2023년 기준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2,500만 명을 넘었고(출처: 일본정부관광국), 특히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일본의 예약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좀 다릅니다. 온라인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아직도 전화 예약만 받거나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현장 웨이팅만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여기서 '웨이팅(Waiting)'이란 대기 순번을 받고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저는 가고 싶은 맛집 리스트를 만들 때마다 인스타그램 위치 태그로 최근 영업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일본 가게들은 정기 휴무나 임시 휴무가 잦아서, 영업일 확인 없이 갔다가 문 닫은 걸 보고 헛걸음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모테산도의 유명 카페는 주말 오후 3시에 갔더니 1시간 30분 대기라고 하더군요. 결국 평일 오전 시간대를 노려서 다시 방문했습니다. 팁을 드리자면, 인기 장소일수록 오픈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거나,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후 2~4시 사이를 노리는 게 현명합니다.
교통비 아끼려면 패스를 활용하되, 인원수를 고려하라
일본 여행에서 가장 큰 지출 항목 중 하나가 교통비입니다. 도쿄 지하철 기본요금은 구간에 따라 170엔에서 320엔 정도인데, 하루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 금방 1,000엔(약 9,000원)이 넘어갑니다. 여기서 '패스(Pass)'란 정해진 기간 동안 특정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을 의미합니다.
도쿄 서브웨이 티켓은 도쿄 메트로와 도에이 지하철 노선만 무제한 이용 가능한 패스입니다. 24시간권, 48시간권, 72시간권이 있는데, 클룩이나 KKday 같은 플랫폼에서 미리 구매하면 현지보다 저렴합니다. 저는 재팬 트래블 앱으로 가려는 역이 이용 가능한 노선인지 미리 확인했습니다. JR선은 별도니까 주의하세요.
그런데 저희처럼 4명이 함께 움직인다면, 우버(Uber) 같은 택시 앱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일본 택시는 기본요금이 비싸지만, 쿠폰을 활용하면 1인당 비용이 지하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밤늦게 이동하거나 짐이 많을 때는 택시가 훨씬 편합니다. 저희는 신주쿠에서 호텔까지 우버로 이동했는데, 4명이 나눠서 1인당 1,500엔 정도였습니다.
스이카(Suica) 카드는 교통카드 기능뿐만 아니라 편의점, 자판기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갈 때는 스카이라이너(Skyliner)를 추천하는데, 이것도 온라인에서 미리 구매하면 10% 정도 저렴합니다. 하코네나 가마쿠라 같은 근교 여행을 계획한다면 각 지역별 프리패스를 확인해보세요.
다만 입장권은 미리 구매하는 게 저렴하긴 하지만, 시간 유동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나 팀랩 보더리스는 시간대별로 입장이 제한되어서, 예약 시간을 맞추려고 일정을 끼워 맞추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입장권 구매를 고민하다가, 결국 날씨 좋은 날을 골라서 현장 구매했습니다.
일본어 못해도 문제없다, 준비물과 앱만 챙기면 된다
저도 일본어는 '아리가또' 정도밖에 모릅니다. 그래도 여행하는 데 전혀 지장 없었습니다. 구글 번역과 파파고만 있으면 메뉴판 읽기부터 간단한 대화까지 가능하거든요. 특히 파파고의 이미지 번역 기능은 메뉴판을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바로 한글로 번역해줘서 정말 유용했습니다.
비짓 재팬 웹(Visit Japan Web)은 일본 입국 전에 꼭 등록하세요. 여기서 'VJW'란 입국 심사, 세관 신고 등을 온라인으로 미리 처리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공식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걸 공항 가는 지하철에서 작성했는데, 덕분에 나리타 공항 입국장에서 QR코드만 보여주고 10분 만에 통과했습니다. 성수기에는 이것만으로도 1시간 이상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이심(eSIM)을 추천합니다. 저는 클룩에서 7일 무제한 이심을 15,000원에 구매했는데, 별도 기기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편했습니다. 단, 아이폰 기준 XS 이후 모델부터 지원되니까 기종을 확인하세요. 만약 기종이 안 맞거나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거라면 포켓 와이파이가 경제적입니다.
일본은 110V 전압을 사용해서 우리나라 전자기기를 그대로 꽂으면 충전 속도가 느립니다. 변환 플러그는 필수고, 멀티탭 하나 챙기면 호텔에서 여러 기기 동시 충전할 때 편합니다. 트래블 카드(Travel Card)는 ATM에서 엔화를 무료로 인출할 수 있는 선불 카드인데, 환전 수수료와 카드 결제 수수료가 없어서 현금이 필요할 때 유용합니다.
쇼핑할 때 유용한 앱도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페이크(Payke)는 제품 바코드를 스캔하면 한글 설명이 나오는 앱입니다. 일본 열차 카드리더는 스이카 카드 잔액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충전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부야 파르코(PARCO)에는 포켓몬 센터와 닌텐도 스토어, 점프샵이 모여 있어서 캐릭터 굿즈 쇼핑하기 좋습니다. 도쿄역 지하의 오카시 랜드와 캐릭터 스트리트도 기념품 쇼핑 명소죠. 긴자에는 12층짜리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데, 한국에 없는 한정 상품도 많으니 들러볼 만합니다. 저는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의 메가 포켓몬 센터에서 한국에서 품절된 피규어를 발견해서 친구 선물로 샀습니다.
도쿄는 계획을 얼마나 꼼꼼히 세우느냐에 따라 여행 만족도가 확 달라지는 곳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가서 발품 팔면 되겠지 했다가, 막상 현지에서 웨이팅과 이동 시간 때문에 시간을 많이 낭비했습니다. 여행 테마를 정하고, 예약은 미리, 교통패스는 인원수 고려해서 선택하고, 필수 앱은 미리 깔아두세요. 이것만 지켜도 훨씬 여유롭고 알찬 도쿄 여행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